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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원래 이런 애야”라는 말이 아이의 영어 성적을 멈추게 하는 이유

by mynote241020 2026. 2. 3.

“너는 원래 이런 애야”라는 말의 심리적 폭력성은 생각보다 깊고 오래 남습니다. 이 말은 부모에게는 가벼운 훈계나 성격 묘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아이의 학습과 자존감에는 매우 강력한 낙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학습 상황에서 반복될 경우, 아이는 자신의 노력이나 변화 가능성을 믿지 못하는 상태로 굳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고정적 귀인’이 만들어내는 학습 무기력의 시작입니다. 성적표의 숫자보다 먼저 아이의 사고방식이 굳어지는 순간, 그 이후의 학습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이 고정적 귀인이 아이의 영어 학습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 세 가지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부모의 낙인이 학습 효과를 저해 시키는 원인

1. 정체성을 규정하는 낙인이 만드는 ‘도전 의지의 거세’

고정적 귀인이란 어떤 결과의 원인을 아이의 성격이나 능력처럼 바꾸기 어려운 요소로 돌리는 방식입니다. “너는 원래 집중력이 없어”, “너는 원래 영어에 소질이 없잖아” 같은 말은 아이의 특정 행동이나 현재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전체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해 버립니다. 문제는 아이가 이 말을 반복적으로 들을수록 그것을 부모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점점 “나는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깊게 자리 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새로운 과제에 대한 도전 의지입니다. 아이는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해결 전략을 고민하기보다,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실패했을 때 “내가 이번에 방법을 잘못 썼구나”라고 상황에 귀인하면 다음 시도가 가능하지만, “역시 나는 원래 이런 애야”라고 정체성에 귀인하는 순간 다음 행동은 사라집니다. 이것이 학습 무기력의 핵심 구조입니다. 노력과 결과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아이는 더 이상 배움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뇌를 '생존 모드'로 전환하여 고통스러운 학습 시간을 버티는 데에만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2. 시행착오를 실력의 한계로 오인하게 만드는 ‘회피 전략’의 고착화

특히 영어와 같이 장기적인 축적이 필요한 과목에서 고정적 귀인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영어는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기 어렵고, 지문을 해부하고 논리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연적으로 반복됩니다. 그런데 부모의 말이 아이의 실패를 ‘성장 과정’이 아니라 ‘타고난 성격’으로 귀인시키면, 아이는 매번의 오답이나 실수 내용을 자신의 실력적 한계를 증명하는 증거로 받아들입니다. 그 결과, 틀릴 가능성이 있는 모든 능동적인 학습 활동을 피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 이른 아이들은 질문을 줄이고, 아는 단어들만 조합해 소설을 쓰듯 해석하며, 정답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안전한 수준'에만 머무르려 합니다. 겉으로 보면 얌전하게 앉아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면에서 학습이 멈춰버린 '가짜 공부' 상태입니다. 이러한 회피 전략이 고착화되면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숨기려 하게 되고, 이는 결국 고등 심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킬러 문항을 만났을 때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아이가 공부 앞에서 멈춰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무엇을 더 시킬지 고민하기 전에 어떤 언어적 압박이 아이를 회피하게 만들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3. 내면화된 목소리가 유도하는 ‘사고의 셧다운’과 학습 정체성

고정적 귀인의 또 다른 무서운 점은 아이의 '자기 대화'를 왜곡한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옆에서 공부를 시키지 않을 때조차 아이는 부모에게 들었던 말을 스스로에게 반복하며 학습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내면화된 목소리'라고 합니다. 문제를 풀다 막히는 결정적인 순간, “이건 유형이 낯설어서 그래”라는 분석이 아니라 “나는 원래 이런 애니까 못 푸는 게 당연해”라는 문장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 부정적인 자기 대화는 아이의 집중력을 갉아먹고, 사고를 확장하기보다는 빨리 포기하도록 유도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학습 자체를 스트레스와 동일시하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입시라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는 정서적 고립을 초래합니다. 반대로 변화 가능성을 전제로 한 언어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이번에는 이런 부분에서 막혔네”, “아직 이 구문에 익숙하지 않은 단계야”라는 말은 아이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고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깁니다. 노력과 전략을 수정하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감각이 살아 있는 아이는 실패 앞에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습니다. 학습을 지속시키는 힘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며, 그 믿음의 씨앗은 오직 부모의 유연하고 따뜻한 언어 속에서만 자라날 수 있습니다.

 

 

"나는 원래 영어 머리가 없어요"라는 아이의 슬픈 방어기제"
얼마 전 상담실에서 만난 한 중학생 아이는 지문을 읽다 조금만 막혀도 "선생님, 저는 원래 영어 머리가 없나 봐요"라며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아이의 성적표를 보니 초등학교 때는 영어를 꽤 잘했던 기록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성적이 멈춰 있었습니다. 깊이 대화해보니 아이의 마음속에는 부모님이 무심코 던지신 "너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끈기가 없니?"라는 말이 깊게 박혀 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성적이 안 나오는 이유를 '나의 부족한 노력'이나 '잘못된 공부 방법'에서 찾지 않고,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끈기 없음'이라는 고정적 귀인에 고착시켜 버린 것이죠. "나는 원래 이런 애"라고 믿어버리는 순간, 아이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을 멈추는 학습 무기력이라는 방어기제를 선택합니다. 이 아이에게 가장 먼저 시킨 것은 문제 풀이가 아니라, "지금 막힌 건 네 머리 탓이 아니라 이 구문의 해석 원리를 아직 몰라서야"라고 원인을 분리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나'라는 사람과 '공부의 과정'을 분리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멈췄던 사고의 회로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님께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이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문장이 “나는 원래 이런 애야”가 아니라 **“나는 아직 성장하는 중이야”**가 되도록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숫자로 나타나는 성적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아이의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부모의 선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깁니다. 수많은 광고 속 비법보다 아이의 변화 가능성을 믿어주는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결국 1등급을 만듭니다. 아이의 소중한 시간이 껍데기만 화려한 공부법에 낭비되지 않도록, 입시 영어의 본질인 정직한 독해와 구조적 학습을 지지해 주는 인내심 있는 부모의 태도를 보여주십시오. 성적표보다 먼저 아이의 사고방식을 바로잡아 줄 때, 영어는 다시 아이의 언어가 되고 성장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