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어 거부감, 실력이 아니라 '정서'의 문제입니다

by mynote241020 2026. 1. 13.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영어를 너무 싫어해요. 학원 문 앞까지만 가도 한숨을 쉬고, 영어 책만 펴면 하품을 해요"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거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하는 게으름 때문이 아닙니다. 영어라는 언어에 '부정적 정서'가 깊게 덧씌워졌기 때문입니다. 뇌과학적으로 언어는 뇌의 변연계(정서 담당)가 안정되어야 대뇌피질(인지 담당)이 활발히 작동하는 영역입니다. 즉, 마음의 문이 닫히면 아무리 비싼 과외나 명강의도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늘은 아이의 영어 실력을 가로막는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정서 학습법'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영어 거부감

1. 언어 불안감 : 틀리는 것에 대한 공포가 뇌를 마비시킵니다

영어를 격렬하게 거부하는 아이들의 마음 밑바닥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거대한 암초처럼 깔려 있습니다. 단어 테스트에서 떨어져 재시험을 보게 될까 봐, 선생님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해서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혹은 나만 진도를 못 따라갈까 봐 느끼는 불안감이 아이의 뇌를 마비시키는 것입니다. 뇌는 위협을 느끼면 '생존 모드'로 전환되어 학습 기능을 일시 정지시킵니다. 이런 상태에서 억지로 공부를 시키는 것은 고장 난 엔진에 연료를 계속 들이붓는 것과 같습니다. 많은 아이가 영어를 싫어하는 이유는 영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영어를 할 때 느껴지는 그 '불편한 감정'을 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언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학습 환경에서 '평가'의 비중을 낮추고 '수용'의 경험을 늘려야 합니다. 틀려도 괜찮은 분위기, 완벽하지 않은 발음이나 문법도 의사소통의 과정으로 인정받는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아이가 영어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 학습 효율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상승합니다. 영어 실력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도 안전하다는 정서적 신뢰 위에서만 단단하게 자라날 수 있습니다. 원장님인 제가 수업 시간에 정답보다 '과정의 논리'를 칭찬하는 이유도 아이들의 뇌를 학습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구분 정서적 불안 상태 (장벽 높음) 정서적 안정 상태 (장벽 낮음)
학습 태도 실수할까 봐 질문이나 답변을 피함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함
뇌의 상태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분비로 인지력 저하 도파민 분비로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
실수 대응 틀리는 것을 실력의 부재로 여기고 좌절함 실수를 배움의 과정으로 수용하고 교정함
최종 결과 학습 번아웃이 오고 영어를 포기함 꾸준한 성취감을 바탕으로 장기전 승리

 

"이전 학원에서의 과도한 숙제와 압박 면접식 테스트로 인해 영어 공포증이 생겼던 영어 학원 근처만 가도 배가 아프다고 하며 등원을 거부하던 중학생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아이는 이미 영어라는 글자만 봐도 심장이 뛴다고 고백했죠. 저는 아이에게 한 달 동안 모든 공식 테스트를 면제해주었습니다. 평가받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생기자 아이는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고, 시간이 지나 테스트를 진행해도 되겠냐고 권유하였을 때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학습 능률이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공부한 기분'이 아닌 '해냈다는 성취감'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영어를 거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끝이 없는 막막함' 때문입니다. 두꺼운 단어장과 어려운 독해 지문은 아이에게 넘지 못할 거대한 산처럼 느껴집니다. "어차피 해도 안 될 텐데"라는 학습된 무기력은 아이의 학습 의욕을 꺾어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성공, 즉 '스몰 윈(Small Wins)'의 경험입니다. 오늘 정해진 단어 10개를 완벽히 외웠거나, 도저히 이해 안 가던 문장의 구조를 스스로 파악해냈을 때 느끼는 작은 성취감이 아이의 뇌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냅니다. 이 작은 보상이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아이의 점수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작은 변화에 격하게 반응해 주어야 합니다. "너 지난번보다 문장 읽는 속도가 훨씬 안정됐는데?", "오늘 단어 시험 준비하는 모습이 정말 진지해서 멋졌어"와 같은 구체적인 피드백이 아이의 정서적 에너지를 채워줍니다. 정서가 채워진 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책상 앞에 앉습니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성취가 모여 만들어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영어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고난도 문제 풀이가 아니라, "나도 영어를 조금은 할 줄 아는구나"라는 아주 작은 자신감의 불씨를 살려주는 일입니다.

 

"저는 상담 시 '아이의 영어 점수가 낮은 것은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배터리가 방전되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높고 시험을 두려워 하는 학생은 아이의 수준보다 살짝 낮은 단계부터 시작해 성공 경험을 극대화하는 '스텝 업(Step-up)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이 '영어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제 교육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마음의 근육이 붙어야 비로소 입시라는 거친 파도를 넘을 수 있는 진짜 실력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3. 고학년 영어 거부감 탈출을 위한 '정서 회복' 3단계

아이가 영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은 과목으로 인식하게 만들기 위한 3가지 전략적 접근입니다.

첫째, 학습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조금씩 돌려주어야 합니다. 부모님이 정해준 분량을 억지로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외울 단어의 범위를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아주 작은 선택권이 아이의 책임감과 흥미를 일깨웁니다.

둘째, '비교'가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춘 피드백을 주세요. 옆집 아이의 성적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일주일 전보다 얼마나 더 문장을 정확하게 읽게 되었는지 그 변화를 구체적으로 짚어주어야 합니다.

셋째, 영어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주세요. 입시 지문에서 잠시 벗어나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유튜브 영상이나 짧은 원서를 접하며 영어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용한 도구임을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공부할 마음이 서지 않은 아이에게 지식을 밀어 넣는 것은 마른 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표정부터 살핍니다. 영어를 싫어하던 아이가 영어 학원이 제일 재미있고 즐겁다고 말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가장 큰 영광입니다. 영어는 우리 아이의 꿈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날개를 달아주는 도구여야 합니다. 우리 아이의 닫힌 마음을 열고 다시 영어와 친해지게 만드는 법, 아이에게 새로운 영어의 시작을 선물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