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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읽기가 모든 학생에게 '최고의 정답'이 아닌 이유: 입시의 시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by mynote241020 2026. 1. 24.

학부모님들과 상담하다 보면 "우리 아이는 영어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왜 영어 성적은 그만큼 안 나올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원서 읽기는 분명 영어에 대한 친숙함을 높여주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대한민국 입시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오늘은 기존의 학습법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원서 읽기가 왜 모든 학생에게 정답이 될 수 없는지 그 현실적인 이유를 세 가지 핵심 포인트로 짚어보겠습니다.

 

영어 원서 읽기가 입시 성적 향상에 미치는 영향과 시간 대비 학습 효율성을 분석한 입시 영어 전략 가이드

1. '이야기'를 즐기는 뇌와 '정보'를 해부하는 뇌는 다릅니다

원서 읽기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아이들은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며 사건의 흐름을 즐깁니다. 하지만 고등 영어 지문은 이야기가 아니라 '논설문'과 '설명문'입니다. 지문의 목적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원서에 익숙한 뇌는 글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시험 문제는 지문 속에 숨겨진 저자의 의도와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라고 요구합니다. 이야기를 읽을 때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대세에 지장이 없으면 적당히 추측하며 넘어가도 흐름을 잡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입시 영어는 그 단어 하나, 연결어 하나가 정답을 결정짓는 결정적 힌트가 됩니다. 감성적인 독서 습관이 몸에 밴 아이들은 논리적인 텍스트를 만났을 때 무엇이 중요한 정보인지 가려내지 못하고 전체 내용을 겉돌게 됩니다. "내용은 대충 알겠는데 답을 못 고르겠다"는 호소는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영어'라는 언어를 즐겁게 접하는 것과 '시험지 속 정보'를 논리적으로 장악하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지문의 설계도를 읽어내는 힘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정답률은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2. 입시라는 정해진 시간, 원서 읽기는 가장 '비싼' 공부법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고등학생에게 원서 읽기는 시간 대비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학습법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 한 권을 제대로 읽으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 책 한 권에서 얻는 입시용 필수 어휘와 구문의 밀도는 생각보다 낮습니다. 반면, 같은 시간 동안 수능 기출 지문이나 고난도 EBS 지문을 분석한다면 수십 개의 핵심 논리와 수백 개의 고성능 학술 어휘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입시는 결국 한정된 자원인 '시간'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썼느냐의 싸움입니다.

공부에는 때가 있습니다. 초등 시기까지는 원서 읽기가 언어적 기반을 닦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등 이후부터는 철저하게 '시험 영어를 위한 정독'으로 학습의 중심축을 이동해야 합니다. 무작정 원서를 붙잡고 있는 것은 입시라는 마라톤에서 가장 빠른 루트를 두고 멀리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성적 정체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두꺼운 원서가 아니라, 짧은 지문 속에서 핵심을 찌르는 정교한 분석력입니다. 양으로 승부하는 다독의 시대는 가고, 단 한 줄을 읽더라도 완벽하게 해부하는 전략적 독해의 시대가 왔음을 학부모님들께서도 인지하셔야 합니다.

 

3. '자연스러운 언어'와 '정교한 평가' 사이의 위험한 간극

원서, 특히 소설은 일상적인 구어체와 비유적이고 감성적인 묘사가 주를 이룹니다. 반면 대입 영어는 철저하게 정제된 '학술적 문어체'의 세계입니다. 원서 읽기에만 익숙한 아이들은 문장의 생략이나 도치, 혹은 비유적 표현을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빠르지만, 그것을 문법적 근거에 기반해 정확히 설명해내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시험 현장에서는 이 '느낌'이 가장 무서운 적이 됩니다. 명확한 근거 없이 답을 고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입시 영어 시험은 단순히 "이 문장이 대략 무슨 뜻인가?"를 묻지 않습니다. "이 문법 요소가 왜 이 자리에 쓰였으며, 전체 논리 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원서 읽기로 다져진 유연한 언어 감각은 때때로 명확한 오답 근거를 찾아야 하는 객관식 문항에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왠지 이 문장이 더 자연스러워 보여요"라는 근거 없는 직관이 실질적인 점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저는 현장에서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평가라는 냉정한 잣대 앞에서는 자유로운 독서가가 아니라, 규격화된 논리를 정확히 읽어내는 정밀한 분석가가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영어 원서 읽기가 무조건적으로 나쁘거나 절대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원서는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고 언어적 감각을 키워주는 훌륭한 자양분이 됩니다. 단지 제가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를 지도하며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입시'라는 냉정한 시험을 준비하기에는 원서 읽기가 가장 효율적이거나 적합한 방법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입시 영어는 즐거운 독서와는 다른 차원의 '정교한 분석'과 '논리적 전략'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