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학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상담 사례는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이 "원장님, 전 지문이 다 읽히는데 왜 정답은 자꾸 엉뚱한 걸 고를까요?"라고 물어올 때입니다. 실제로 학생이 지문을 한 문장씩 우리말로 옮기는 것을 보면 단어도 다 알고 있고, 문법 구조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이런 경우 아이의 영어 실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시지만, 사실 고등 영어 1등급을 결정짓는 것은 '번역'이 아니라 '논리'입니다. 한글로 읽어도 이해가 안 가는 어려운 지문을 정답으로 연결하는 힘은 단순히 단어 뜻을 조합하는 수준을 넘어선 '언어적 사고력'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1. 단순 '번역'에 갇힌 아이들, 지문의 설계도를 읽지 못합니다
많은 아이가 영어를 공부할 때 단어의 뜻을 조합해 한글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을 공부의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등 영어 지문은 개별 문장의 합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정교한 논리 덩어리입니다. 해석에만 급급한 아이들은 나무(문장) 하나하나를 옮기느라 숲(전체 맥락)이 어떤 모양인지 놓치고 맙니다. 예를 들어 역접의 연결어인 'However'가 나왔을 때, 1등급 아이들은 "이제부터 앞 내용과 반대되는 필자의 진짜 주장이 나오겠구나"라고 예측하며 글의 흐름을 장악합니다. 반면 해석만 하는 아이들은 그저 "하지만"이라고 읽고 다음 문장을 또다시 번역하는 데 에너지를 쏟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특징은 지문을 다 읽고 난 뒤 "그래서 이 글이 하려는 말이 뭐야?"라고 물으면 아주 단편적인 대답만 내놓거나, 지문에 나온 특정 단어에 꽂혀 주관적인 생각을 덧붙인다는 점입니다. 필자가 제시한 논리적 근거나 어조의 변화를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매끄럽게 읽은 것 같아도 정답 후보 2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오답의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이제는 '무엇을 말하는가'를 넘어서 '왜 이 문장을 여기에 배치했는가'를 고민하는 전략적 독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단순한 번역가에 머물러서는 절대 고등 내신과 수능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저희 학원에서는 분기마다 레벨테스트를 시행합니다. 많이 안타까웠던 사례 중 하나가 독해 능력이 엄청 좋은 학생이 시험만 치면 점수가 50점-60점을 받는 것입니다. 영어 학원도 꾸준히 다녀 해석도 잘하고 문법도 굉장히 잘하지만 친구에게 부족한 부분이 "해석"만 할 줄 알 뿐 전혀 문제가 원하는 논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해석 능력이 좋은 친구이기에 굉장히 다양한 문제에 노출시켜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눈을 기르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모의고사에서 나오는 유형들을 모아 매주 8지문씩 풀고 요약하게 하니 훨씬 더 점수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 해석을 정답으로 연결하는 열쇠: 배경지식을 활용한 '논리적 추론'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지문이 다루는 소재에 대한 이해, 즉 배경지식의 부재입니다. 수능 킬러 문항은 철학, 심리학, 경제학 등 고도의 추상적인 개념을 다룹니다. 문장은 해석되지만 그 문장이 담고 있는 개념이 머릿속에 없는 상태라면 아이는 텍스트를 겉돌게 됩니다. 인지적 부조화나 기회비용 같은 개념을 한글로만 읽는 것과, 그 개념이 실제 현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미리 알고 읽는 것은 천양지차입니다. 해석은 1초면 끝나지만 개념을 모르는 아이는 이 문장이 이후에 나올 예시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추론해내지 못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가지치기 마인드맵'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하나의 논리적 구조로 엮어두면, 생소한 지문을 만나도 본인이 가진 지식의 틀 안에서 정답을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이건 지난번에 정리했던 심리학 원리가 적용된 지문이구나"라고 판단하는 순간 해석의 모호함은 사라지고 정답의 근거가 선명해집니다. 해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해석된 정보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논리적 빈틈을 메우는 '추론'은 오직 훈련된 배경지식을 가진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것이 바로 원장님만의 독보적인 구조화 학습이 정답률을 높이는 강력한 무기가 되는 이유입니다.
3. 정답으로 직행하는 실전 훈련: '지칭어 추론'으로 문장 간의 연결 고리를 잇다
해석은 되는데 문제를 틀리는 아이들에게 제가 가장 강조하는 실전 훈련법은 바로 '지칭어(Referencing) 추론'입니다. 지문 속 'it', 'they', 'this', 'such'와 같은 대명사나 지시어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찾아내는 훈련이죠. 많은 학생이 지칭어를 대충 "그것들", "이것"이라고 뭉뚱그려 해석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수능이나 고등 내신 지문에서 지칭어는 앞 문장의 핵심 내용을 그대로 물려받아 다음 논리로 연결하는 '바톤' 역할을 합니다. 이 바톤이 무엇인지 놓치면 문장과 문장 사이의 인과관계가 끊어지고, 지문 전체의 맥락이 엉키게 됩니다.
지칭어를 꼼꼼하게 찾아내는 훈련을 반복하면, 아이들은 비로소 문장들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논리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지시어가 가리키는 내용이 바로 앞 문장의 이 조건이구나!"라고 파악하는 순간, 빈칸 추론이나 문장 삽입 같은 킬러 문항의 정답 근거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칭어 추론은 단순한 해석을 넘어 문맥의 일관성을 파악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이 훈련이 원장님만의 '마인드맵 구조화 학습'과 결합하면, 아이들은 지문을 읽는 동시에 머릿속에서 설계도를 그리게 됩니다. 해석의 늪을 지나 정답에 대한 확신을 갖게 만드는 이 훈련이야말로 고등 1등급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입니다.
우리 아이 독해력 자가 진단 테스트
아래 항목 중 우리 아이에게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단순 '번역'이 아닌 '논리 독해' 훈련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 한 문장이 3줄 이상 길어지면 주어와 동사를 찾지 못해 헤맨다.
- 'this'나 'it' 같은 지시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물으면 대답하지 못한다.
- 단어 뜻은 다 안다고 하는데, 전체 지문의 요약을 시키면 엉뚱한 대답을 한다.
- 정답 후보 2개 중에서 늘 오답을 고르고, 왜 정답인지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한다.
결국, 영어는 '글'을 읽는 힘입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매번 느끼는 점은, 영어 성적의 정체기는 결코 아이의 노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단어를 외우고 지문을 읽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다만, 그 노력이 정답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석'이라는 문을 열고 '논리'라는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올바른 안내가 필요할 뿐입니다. 지칭어 하나를 꼼꼼히 찾아내고, 배경지식의 마인드맵을 그리며 지문의 구조를 파악하는 그 작은 습관들이 모여 결국 고등 1등급이라는 거대한 성을 쌓아 올립니다. 우리 아이가 지금 해석의 늪에서 길을 잃고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제는 공부의 '양'이 아닌 '방법'을 점검해 주어야 할 때입니다.